제가 쓰려고 산 건 아니고 부모님 폰 바꿔드리려고 하나 사봤습니다.
오랜만의 갤럭시 신제품이라 궁금해서 제가 먼저 일주일 써보고 갖다드리기로 했어요.
언박싱
우선 패키징부터 보면, S21부터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이 제외되면서 패키지가 많이 얇아졌습니다.
iPhone처럼 실제같은 이미지를 박아놓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심플한 느낌도 좋은 것 같아요.
제품 봉인 역시 Apple처럼 잡아뜯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존에도 삼성은 패키징에 비닐 포장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더 편하게 개봉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한 번에 잘 안 뜯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최근엔 피드백을 반영한 것인지 꽤 잘 뜯어집니다.
박스를 열면 본품이 가장 먼저 보입니다. 정말 기기 본품만 딱 들어있네요...
구성품은 뚜껑 안쪽에 숨어있습니다. S10부터 바뀐 포장 방식이죠?
충전 케이블과 간단 사용 설명서, SIM 트레이 핀이 들어 있습니다. 사용 설명서는 안 그래도 간단했던 게 더 간단해졌네요;
기기 살펴보기
외관
전반적인 기기 디자인은 2023년 이후 갤럭시 기기의 패밀리룩을 따르고 있습니다.
A54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기라서 S보다는 A시리즈에 더 가까운 느낌이지만, 작년 A시리즈 자체가 디자인이 잘 뽑혀서 그런지 엄청 싼티난다는 느낌은 또 아니였습니다. 프레임에도 나름 금속 재질을 사용해서 만졌을 때의 느낌도 괜찮았구요.
초기 설정
갤럭시 S21부터 부팅 로고에 모델명이 표시되지 않도록 변경되어 이제는 삼성 갤럭시까지만 표시됩니다.
솔직히 둘 중에 하나만 띄우는 게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셀룰러 설정, 데이터 이동 등 초기 설정을 진행해줍니다.
자급제 단말이라 그런지 통신사 관련 항목은 초기설정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 좋네요 ㅎㅎ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14, One UI 6.1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One UI 6.1로 업데이트되면서 S24 시리즈에 먼저 도입되었던 AI 기능이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 기능만 간단하게 사용해봤는데요. 엄청 신기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밌는 기능이 많았습니다.
먼저 AI 이미지 채우기. 온 디바이스 AI는 아니고 삼성 Gauss 클라우드 기반입니다.
위 사진은 이불 위의 iPad를 지우고 그 부분을 채우는 모습인데요, 생성 버튼을 누를 때마다 매번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다른 물건을 그려놓거나, 그냥 이불로 채우거나..
퀄리티는 조금 아쉽지만 재밌어서 몇 번 더 해봤습니다 ㅋㅋ
통역 기능은 온디바이스로 처리되는데, 생각보다 번역 품질이 뛰어나서 놀랐습니다.
삼성 자체 번역 앱은 제가 갤럭시 쓸 때도 있었지만 번역 수준이 처참해서 안 썼었는데, AI가 들어가니 확실히 퀄리티가 좋아졌네요..
말투 변경 기능도 있구요. 이것도 온디바이스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가우스 서버에서 처리한다네요.
웹페이지 요약도 깔@롱하게 잘 해줍니다. GOS 문서 요약 안 해주는 짤이 막 돌아다니던데 요즘은 해주네요
생성형 AI로 배경화면을 만들어주는 '생성형 배경화면',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원하는 대로 조합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간단 사용기
기본적인 부분은 이미 많은 크리에이터 분들이 다뤄주셨으니, 여기서는 제가 느낀 부분만 서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난하고 예쁜 디자인
S21/S22의 컨투어 컷 디자인은 호불호가 많이 갈렸었는데, 2023년 갤럭시 디자인은 호불호 없는 무난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출시되어 꽤나 호평받고 있습니다.
Z플립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삼성 디자인도 아재폰에서 점점 젊어지는 것 같아요. 좋은 변화입니다 ㅎㅎ
곳곳에서 보이는 원가 절감의 흔적
가상 근접 센서, 광학식 지문 인식 등 보급형 단말기에서나 볼 법한 요소들이 몇 개씩 있는데요.
실제로 며칠 사용해보니 광학식 지문인식은 가끔 난리치는 거 빼면 인식률은 나쁘지 않았는데, 가상 근접센서는 생각보다 오작동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진짜 이거라도 제대로 넣어줬으면 욕을 좀 덜 먹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광학식이라 그런지 지문도 3개까지밖에 등록이 안 됩니다. 4개도 솔직히 아쉬운데 겨우 3개라니...
갤럭시 AI 탑재, 삼성이 웬일로?
A94 with Wireless Charging이라는 오명을 벗게 해준 1등 공신.
S24에 AI 어쩌구 할 때는 전혀 관심 없었는데, 삼성답지 않게 S23 시리즈를 포함한 기존 구형 기기들에도 AI 기능을 확대 적용해줬습니다. 심지어 날씨 배경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빠짐없이 넣어줬어요.
최근 들어 업데이트 보장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경쟁사를 의식하는 것 같아요. 거긴 무려 판올림을 6년이나 해줬고 지금도 보안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으니..
처참한 UX
이건 S23 FE만의 문제가 아닌 삼성전자 제품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갤럭시만을 사용하셨던 분들이라면 큰 불만이 없으시겠지만, Apple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이 정말 불만이였는데요.
떨어지는 디테일, 중구난방 인터렉션, 미흡한 최적화는 삼성의 부족한 UX 디자인 수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Apple과는 대조되는 모습인데요, 그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사용자 경험에서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데, 삼성은 아직 UX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가성비는 괜찮다
워낙 혹평이 많았던 기기이고 저도 위에서 안 좋은 말들을 좀 했습니다만, 기기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120Hz 디스플레이, 뛰어난 카메라 성능, 4,500mAh 대용량 배터리 등등.
거기에 나름 S시리즈라고 AI도 넣어주고, (플래그십에나 들어가는) X축 리니어 햅틱, 무선 충전 등 플래그십에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들어있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엑시노스 2200이 들어있지만 공정 정상화와 방열 구조 개선으로 S22보다는 사정이 좀 낫습니다.
쿠팡 특가나 갤캠스 등에서 할인 받아서 구매하시면 60만원 중반대에도 구매할 수 있는데, AP 외에 모든 면에서 S23 FE보다 떨어지는 iPhone SE 3세대가 65만원부터임을 감안하면(256GB는 88만원) 가성비는 훌륭한 편입니다.
총평
스펙은 S22와 동급이지만 더 나은 발열 관리와 유지력, 넉넉한 RAM과 저장공간, 경쟁사 보급형보다 저렴한 가격 등 여러모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입니다. 한두 가지 나사빠진 부분이 있지만..
고사양 작업을 하지 않는데, 플래그십을 사기는 부담스럽고, 보급형을 사기는 뭔가 아쉬운 분들에게 딱 맞는 제품.
업무용으로도 좋을 것 같고, 화면도 큼직하니 부모님 사드리기도 좋을 듯. 효도폰은 갤폴더 따위가 아니라 이런걸 사드리는게 효도아닐까요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저는 스마트태그 써보러 이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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